좋은 시 모음 - 사랑시 이별시 감성시 내가 좋아하는 시, 시집 추천
안녕하세요. 닥터 스피드입니다.
이런저런 글들을 쓰다가 임시 저장한 것들이 날아가면서, 언제 첫 글을 쓰나 하고 끄적거리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여자 친구에게 사랑을 이야기할 때, 여자 친구와 행복할 때도 그렇지만 이별한 이후에도 시는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인에게 손글씨로 시를 써서 선물하면, 서로의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도 하고 작은 정성으로 큰 감동을 줄 수 있어 저는 종종 연인에게 시를 써서 선물하곤 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들, 읽으면서 좋았던 시들을 시집과 함께 추천해보려 해요.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를 모은 시집입니다.
정말 읽다 보면 필사하고 싶다는 느낌이 물씬 들어요.
그중에서도 제가 꼽는 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랑의 증세
-로버트 그레이브스
사랑은 온몸으로 퍼지는 편두통
이성을 흐리게 하며
시야를 가리는 찬란한 얼룩.
진정한 사랑의 증세는
몸이 여위고, 질투를 하고,
늦은 새벽을 맞이하는 것.
예감과 악몽 또한 사랑이 증상.
노크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무언가 징표를 기다리는···.
용기를 가져라, 사랑에 빠진 이여!
그녀의 손이 아니라면
그대 어찌 그 비통함을 견딜 수 있으랴?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 준다면
-알퐁스 도데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 준다면
내 인생을 모두 걸고서라도
그대와 함께 이 길을 가겠습니다.
외롭고 힘든 이 길
그러나 그대가 내 곁에 있기에
언제나 행복한 길
그대의 사람이 되어 영원한 저 무덤 속까지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은,
사무쳐 오는 이 연점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이 시를 읽고 창 밖을 보니 달이 환하게 떠 있었습니다.
환하게 뜬 달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세요.
그리고 말해보세요.
달이 이쁘게 떠서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고..
그런 전화를 한 번 받고 나면 달을 볼 때마다 당신이 생각날 겁니다.
이런 전화를 받아봤다면 이 시를 적어서 보내보세요.
사랑하는 사이에, 뭔들 안 설레겠냐만
저는 많이 설레더라고요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까지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지울 수 없는 얼굴
-고정희
냉정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얼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불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무심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징그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부드러운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그윽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따뜻한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내 영혼의 요람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샘솟은 기쁨 같은 당신이라 썼다가 지우고
아니야 아니야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라 썼다가
이 세상 지울 수 없는 얼굴 있음을 알았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상큼할 것 같아요
-원태연
세 시에 전화하려거든
네 시에 하겠다 해주세요
기다리는 설렘도 좋지만
생각 없이 받은 전화에서
당신의 음성이 들려오면
너무너무 상큼할 것 같아요
친구들과 만나려거든
내가 잘 가는 동네에서
약속하세요
한 번쯤은 우연히 만나
이건 운명이에요 하고 억지 부려
하루 종일 쫑알거리며
내 마음 보여주고 싶어요.
그 이외에도 제가 개인적으로 찾아보고 좋았던 시들을 모아보았습니다.
너에게 쓴다
-천양희
보름달이 떴다고 너에게 쓰고
예쁜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은
쓸수록 더해져 무거워진다.
쓰다 보면 줄거라 생각했는데
너에게 쓴 마음이 눈길이 되어
점점 더 커져서 되돌아온다.
보름달이 떴다고 생각났다고 보내고
예쁜 꽃이 피어있다고 생각났다고 보내고
상대방에게 온통 마음이 가 있을 때 혼자만 좋아하지 말고 이렇게 보내봐요.
상대방의 마음도 내 마음처럼 커질 거라 생각해요
사랑은 어떻게 그대에게로 다가왔는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은 어떻게 그대에게로 다가왔는가
햇빛처럼, 들판에 핀 꽃들처럼 왔는가
아니면 순결한 기도처럼 왔는가
이야기를 들려다오.
행복은 반짝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살며시 접으며
꽃피는 나의 가슴에 내려앉았지요.
사랑에 답함
-나태주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개인적으로 이 시는 여자 친구/남자 친구랑 싸우고 화해할 때 좋은 시인 것 같습니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고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고,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의미가 있지만 생각할 것이 많아지는 시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랑 시, 감성 시, 이별 시 추천이었습니다.
추천 글을 쓰면서 좋은 시들이 참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시들도 찾아보게 됐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시들도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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